THine Value '커다란 스마트폰' 으로 변모하는 자동판매기, 영상 인터페이스 연장에 도전한다.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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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전자기기들이 '커다란 스마트폰' 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폰화'이다. 물론 스마트폰화 라고 해서 '그 전자기기를 들고 다니면서 통화를 하고, SNS 서비스를 이용하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전자기기 내부의 시스템 구성이 스마트폰과 상당히 유사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디스플레이, 카메라, 오디오, 각종 센서, LTE 통신 기능, 와이파이(Wi-Fi) 기능, 블루투스 기능, GNSS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연산처리 능력이 높은 하나의 프로세서로 제어하는 시스템 구성이다.
이러한 스마트화 되는 전자기기의 대표적인 예가 음료수, 주류, 과자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자판기이다. 과거 자판기라고 하면 지폐나 동전을 넣고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기능만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자판기에는 상품 광고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QR코드 결제를 위한 카메라, 판매 정보 공유 등을 위한 LTE 통신 기능 등이 탑재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방범을 위한 감시 카메라, 구매자의 속성 파악을 위한 Edge AI 기능도 속속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구형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화되는 전자기기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 칩이나 전자부품 등을 상당 부분 재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설계 용이성, 저비용화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설계 과제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스마트폰과 자판기는 외형 치수(크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작다. 기껏해야 160mm×약 80mm×약 9mm 정도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이미지 신호나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신호를 보내는 인터페이스의 길이는 극히 짧다. 최대 수십cm밖에 연결할 수 없는 MIPI D-PHY도 문제없다. 하지만 자판기는 매우 크다. 높이는 최대 2m에 달한다. 따라서 그 내부에 영상 신호용 인터페이스를 연결하면 1.5m를 넘어 3m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MIPI D-PHY나 LVDS에서는 거리의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기 설계에 고민이 필요하다.

젊은 엔지니어의 도전

 "실제로 스마트한 자판기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보자"
 
스마트폰화된 자판기 구상

그림1 스마트폰화된 자판기 구상

2023년 6월 초, OJT(On the Job Training) 튜터로부터 그렇게 말을 건네받은 것은 2023년 4월에 입사한 우노 이다. 우노는 산업기술 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도요하시 기술과학대학에 편입해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한 촉망받는 젊은 엔지니어다.
주어진 개발 주제는 이렇다. 시스템 구성은 감시/방범용 카메라와 QR코드 결제를 위한 카메라, 광고 등 디스플레이를 위한 10.1인치 LCD 패널을 탑재하고, 이를 자인 일렉트로닉스의 관계사인 Cathay Tri-tech이 판매하는 Smart Module 'SM8918' 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그림 1).
평상시에는 LCD 디스플레이에 자판기에서 취급하는 상품광고나 감시/방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3분마다 차례로 표시하고, 고객(구매자)이 QR코드를 갖다 대면 해당 영상으로 전환하여 결제를 실행한다.
스마트 모듈의 SM8918은 미국 Qualcomm사의 64비트 프로세서 ' QCM2290 '과 LTE 통신 기능, 무선랜 기능, 블루투스 기능, GNSS 기능 등을 하나의 패키지에 담은 제품이다(그림 2). QCM2290은 영국의 Arm사의 Cortex-A53 코어 4개를 탑재하고 있고, GPU 코어로 'Adreno720'을 집적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OS로 구동된다.

입사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엔지니어에게는 다소 난이도가 높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노는 "처음엔 확실히 난이도가 꽤 높은 과제라고 느꼈다. 하지만 4월과 5월은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드디어 손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과제를 받게 되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림2 Smart Module과 해당 평가 보드

개발기간은 불과 3개월 반

개발을 끝내는 기한은 정해져 있었다. 약 5개월 후인 2023년 10월 말 열리는 전시회 였다. 그곳에서 시제품으로 만든 자판기를 선보여야 한다. 개발한 자판기를 실제로 시제품으로 만드는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개발을 마쳐야 한다. 즉, 개발 기간은 사실상 3개월반 밖에 남지 않았다.
개발 항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스마트폰 화된 자판기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영상 인터페이스의 연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모듈과 감시/방범용 카메라를 연결하는 영상 인터페이스와 스마트 모듈과 액정 패널을 연결하는 영상 인터페이스 두 가지에 대해 전송 가능한 거리인 2m 정도로 늘려야 한다. 또 하나는 안드로이드 OS에서 구동되는 앱 개발이다. 구체적으로는 감시/방범용 카메라 영상과 광고를 전환하는 시스템과 QR 코드 결제를 실행하는 시스템을 겸비한 앱이 필요했다.
이 두 가지 개발 아이템을 단 3개월 반 만에 끝내야 한다. 하지만 우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인 일렉트로닉스에는 'MIPI 카메라 SerDes 스타터 키트(이하 스타터 키트)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영상 인터페이스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V-by-One HS' 규격 또는 'V-by-One HS II*1 ' 규격에 부합하는 SerDes 칩(시리얼라이저 IC와 디시리얼라이저 IC)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Smart Module과 감시/방범용 카메라를 연결하는 영상 인터페이스에는 시리얼라이저 IC 'THCV241A'와 디시리얼라이저 IC 'THCV242A'를, Smart Module과 액정패널을 연결하는 영상 인터페이스에는 터치패널용 솔루션으로 최적의 시리얼라이저 IC 'THCV333'과 디시리얼라이저 IC 'THCV334'를 적용했다.
어느 경우든 영상 인터페이스의 전송 속도나 영상/제어 신호의 구성 등에 맞춰 시리얼라이저 IC와 디시리얼라이저 IC의 레지스터에 기록하는 코드(레지스터 코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용한 스타터 키트에는 정상 동작을 보증하는 레지스터 코드가 미리 첨부되어 있다. 물론 그 레지스터 코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용하는 시스템에 맞게 수정이 필요하다.

##(주석)
*1V-by-One HS II는 영상 신호와 제어 신호를 별도의 차동 라인으로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신호에 제어 신호를 중첩시켜 한 쌍의 차동 라인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한 인터페이스 사양이다.

트러블의 원인은 의외의 곳에...

스타터 키트의 도움을 받아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갑자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감시/방범용 카메라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전원을 다시 넣어도, 다시 연결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움직이지 않지? 사실 스마트 모듈의 MIPI 입력과 시리얼라이저 IC의 MIPI 출력을 연결하는 변환 기판은 우노가 직접 설계하고, 제조는 외부 업체에 위탁했다. 어쩌면 그 설계에 오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꼼꼼히 확인해보니 잘못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으로 의심한 것은 감시/방범용 카메라를 제어하기 위해 Smart Module에서 보내오는 I2 C 신호였다. 그것이 전달되지 않거나 잘못 전달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해 I2 C 신호의 파형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 결과 I2 C 신호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트러블의 원인으로 떠오르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다 설계 의도를 확인할 수 없는 회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카메라의 클럭 발진 회로다. 이 회로는 OJT 튜터로부터 '참고하라'며 건네받은 회로였다. 이 클록 발진 회로를 자세히 살펴보니, 로우패스 필터의 차단 주파수가 너무 낮아 클록 신호도 차단되고 있었다. 즉, 카메라에 클록 신호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으로는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클록 발진 회로를 구성하는 저항과 캐패시터의 회로 상수를 재검토해 최적의 값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 감시/방범용 카메라는 무사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트러블은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원인이었습니다. 튜터로부터 전달받은 클록 발진 회로는 이미 검증된 회로라고 성급하게 판단하고 그대로 적용한 것이 트러블의 원인이었습니다. 다만, 이 문제를 겪으면서 뜻밖의 부산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I2 C 신호를 오실로스코프로 여러 번 관찰하면서 I2 C 신호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고장 났나요?

우노가 겪은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개발이 비교적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의 일이다. 디스플레이를 스마트 모듈에 연결해 영상을 정상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어땠을까. 영상이 전혀 표시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를 살펴보니, 아무래도 고장이 난 것 같았다. 왜 고장이 났을까.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스마트 모듈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설계를 재검토했다. 스마트 모듈을 살펴보니 데이터 시트에는 'NC(No Connect)'라고 적혀 있는 신호 단자에 약 1V의 전압이 출력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NC 단자는 '패키지 내부에서 Die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즉, 전기적으로 떠 있기 때문에 접지에 연결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하지만 NC 단자라는 표기는 '외부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즉, Smart Module은 후자의 의미로 사용했던 것 같다. 그래서 NC 단자를 물리적으로 미연결로 설정하여 그라운드와 연결하지 못하도록 했더니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위 2가지 문제해결을 포함해, 하드웨어 개발이 모두 끝난 것은 9월중순이었다(그림 3).
그림3  '스마트한 자판기' 용으로 개발한 내부 시스템

디스플레이 수급이 늦어지면서, 8월 중순에는 거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약간의 기다림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이 시간을 이용해 앱 개발에 착수했다. 사실 우노에게 앱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몇 권의 교과서를 읽으며 개발을 진행하면서 모든 앱을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완성했다"고 한다. 즉, 당초 계획인 9월 중순까지 개발 항목을 모두 끝낸 것이다. 그야말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다

2023년 10월 말 열린 전시회에서 우노는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폰화 자판기'(그림 4) 앞에서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림4 「스마트폰화 된 자판기」

관람객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스마트폰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비단 자판기 뿐만이 아닙니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사용하는 셀프 계산대(POS 단말기)에도 감시 카메라가 연결되면서 스마트폰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노는 10월 말로 OJT 기간이 끝나며 11월 1일부터 배치된 부서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있다. 해당 부서는 IC 개발/설계를 담당하는데 입사 당시의 희망이 실현된 셈이다. 그곳에서 IC 개발/설계를 처음부터 배운다. 꿈은 크다. "언젠가 IC 전체의 개발/설계를 주도하는 엔지니어가 되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IC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

이상